난생 처음 일가 회원탐방을 가기로 하고 잠시 갈까말까를 고민하다가 결국은 가방을 싸고 출발지로 향하였다. 그래도 1박2일 여행이라고 나름 설레며 차를 타고 출발을 했건만 고속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하며 입을 못다물게 하였다. 허긴 공휴일에 웬만해선 안 움직이는 나까지 나왔으니... 무려 아홉시간 반만에 해남 땅끝마을에 도착하여 시간이 촉박하다고 재촉하는 진행 간사님의 외침을 약간 외면하며 땅끝탑을 끌어안고 사진을 박고 비릿한 바다내음도 만끽하고, 휴! ~~ 여덟시가 살짝 넘게 우리의 목적지인 은향다원에 도착하였다. 이미 해가 저물어 전경은 보이지 않지만 잘자려진 저녁식사, 지글지글 굽고있는 고기내음, 미소가 너무 고우신 김은숙 회원님의 놀라는 얼굴, 너무 오랫만에 만난 반가운 현, 너무도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여린잎으로만 만든 여성에게 좋다는 쑥차향기로 하루의 피로를 날리며 남남 북녀로 갈리어 잠을 청했다. 둘쨋날은 단비가 살랑살랑 내리기 시작하며 상쾌함으로 시작해 아침먹고 차 만드는 실습과 녹차를 다려마시는 모든 일을 마쳐도 아홉시. 역시 부지런하구나... 이 멀리까지 왔으니 윤선도 고택인 녹우당, 대흥사, 다산초당, 김영랑생가를 보고 올라가기로 하며 출발하였다. 너무 새벽부터 일어나서 차에 앉으니 스스르 잠이 오는데 잠시뒤, '자! 다왔어요 내리세요.' 비 맞고 둘러보고 사진도 찍어주고, 다시 버스에 타고 다음 코스로 도착. 몇번하니까 슬슬 아 아이들이 수학여행가서 왜 차에서 안내리고 싶어하는지 정말 이해할것같은 심정이 들었다. 그래도 말 잘듣는 학생인지라(^^;;) 열심히 보고, 듣고, 눈호강을 많이 했다. 마지막 코스인 김영랑 생가는 모란이피기까지는 시를 읽는것으로 대신하며 서울로 출발하였다. 올라가는길은 조금 덜막힐 것으로 예상하며 출발하였지만 오는 길도 만만치 않게 힘들고 긴시간이었다. 이십대 막내가 있었지만 거의 막내수준인 내가 너무 힘들고 지치는데 다들 힘들다 내색 안 하시고 너무도 즐겁게 여행을 즐기시는 모습에 감탄하고 또한 나도 여행의 묘미를 느끼는 귀한 시간이었다. 일반 여행이 아닌 일가선생님의 귀한 사상과 인연을 매개로 모인 사람들의 일가회원탐방은 낯설지만 매력적이고 자석처럼 끌림이 있는 여행이었다. 일가선생님, 나의 할아버지! 무섭고 어려운 존재로만 여겨진 할아버지였기에 늘 피하고 싶은 마음이 많았다. 어려서부터 '가나안' 다움이라는 것에 힘들어하고 난 맞지 않다고 생각하며 늘 사이드로만 돌았지만, 일가상이 지금껏 이어지고 일가조찬모임을 나가며, 이미 가나안에 존재하고 있고 할아버지인 일가선생님의 사상을 기리며 동참하는것이 가나안 다움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혜성처럼나타난 이인호선생님이 길 막히는 버스안에서의 모든 회원을 불러 세워 일가선생님과의 인연을 이야기하라 할 때 막연히 가지고만 있던 나의 생각을 말할 수 있었다. 말로 뱉어낸다는 것은 행동으로 보여야 함의 의미이고, 이는 나의 삶의 변화를 의미하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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