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계절의 여왕 5월의 황금연휴에 김상원 명예이사장님 부부를 포함한 일가회원 30여명이 땅끝마을 해남 ‘은향다원’으로 일가회원탐방을 다녀왔다. 5월 21일(금)~22일(토) 1박2일 일가회원탐방은 명절보다 심했던 차량 정체로 힘든 여정이었지만 일가회원들의 깊은 내공은 이 밀리는 차안에서 훨씬 돈독한 가족애를 나누는 귀한 체험을 안겨주었다. 회원들은 일가 선생님과의 독특한 인연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 그런 인연으로 일가가족이 되었구나 서로 새삼 알아가면서 첫째 날 그 심한 정체를 뚫고 우리는 곧장 ‘서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땅끝 마을로 향했고, 드디어 더 나갈 땅이 없는 지점에 서고야 말았다. 장장 10시간의 버스여행 후에 이룬 쾌거였다.
역시, 땅끝은 멀었지만 우리는 즐거웠다~
‘평생 이렇게 긴 버스 여행은 처음이지만 미녀들에 둘러 싸여 힘든 줄도 모르겠다’ 유머와 위트 넘친 말씀으로 큰 웃음 주신 김상원 명예이사장님, 남산 ‘벚꽃 길을 걸으며’ 시낭송으로 격조 높은 회원탐방으로 이끌어준 박금천 회원님. 김영랑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를 노래로 들려줘 큰 감동 준 윤창의 일가상 수상자님, 온화한 미소로 김용기 장로님 큰 딸의 막내를 사랑스런 며느리로 맞은 인연을 이야기해준 박미재 회원님, 곤혹스런 노래 안 시키고 이렇게 얘기를 하라고 하는 일가모임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윤상우 운영위원님, 대학원 석사과정 새내기로 공부에 바쁜 시간 내준 블랙 & 화이트 멋쟁이 고윤숙 회원님, 열심히 봉사하겠노라 포부를 밝힌 안상길 운영위원님, 탐방 내내 회계 일을 맡아 준 조옥순 전문위원님, 울릉도 출장을 다녀와 바로 탐방에 합류해서도 피곤한 기색 없이 총괄 진행을 맡은 손상진 운영위원님, 울릉도 오징어를 챙겨 와서 가고 오는 길 즐거움을 준 박희진 회원님, 처음인데 어색하지나 않을까 내심 걱정했지만 좋은 분들 만나 정말 즐거웠다는 원명보 회원님, 탐방의 의의를 7가지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신 이한기 회원님, 아버지께 물려받은 유머감각으로 화려하게 스트레칭 강사로 데뷔한 이인호 운영위원님, 처음이지만 이 탐방으로 우리 일가 가족이 되어 다음에도 꼭 가겠다고 미리 예약한 엄영숙 회원님, 제일 부지런하게 모든 일정에 앞장 서 주셨던 최광혜 회원님과 밝은 모습으로 탐방을 빛내준 여동생 최성혜 회원님, 오직 행복할 뿐이라는 행복 전도사 김문경 회원님, 일가 제3세대의 대표주자로 참석하여 탐방을 업그레이드 시켜준 김찬송 전문위원님, 사진 촬영과 실시간 교통정보로 빠른 길 안내에 애써 준 김천국 운영위원님, 함께 있음만으로도 행복했던 미모의 김복락 회원님, 일가재단의 영원한 마스코트 김찬란 처장님, 그 먼 길을 묵묵히 안전운전으로 함께 해준 가나안농군학교 졸업생 평택대학의 김순길 기사님, 참가자 평균연령을 낮춰준 발랄한 서울여대 이혜영 회원, 처음 큰 행사 맡아 애써준 한상희 간사...그리고 처음이라 모든 게 서툴러 죄송한 저 남영선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은향다원’에 도착했다.
향기 속에 온화한 대화를 나누는 ‘은향다원’
마고마을 표석이 있는 입구에서 기다리던 정두채 장기발전위원장님을 반갑게 만났다. 이어 온화한 미소와 기품 넘치는 김은숙 회원님이 일행을 반겼다. 은향다원은 백화가 만발하고 신록이 우거져 정말 아름다웠다. 진재량 일가상 수상자님이 단아한 모습으로 맞아 주었고, 아드님인 진춘호 회원님도 함빡 웃음으로 환영해 주었다. 구미에서 미리와 가는 내내 어디 만큼 왔나 챙겨주시던 김정삼 윤진규 운영위원님 부부와도 감동의 해후를 했다. 출장 갔다가 진재량 수상자님 부자를 모시고 미리 은향다원에 도착해 앞치마를 두르고 바비큐 서비스를 해 준 오명도 운영위원장님의 평소 모습(!)에 감동했다. 정원에는 김은숙 회원님의 그 유명한 음식솜씨가 유감없이 발휘된 정갈하고 푸짐한 음식이 가득했다. 그 맛은 더없이 황홀했다. 남도음식의 진수를 다 맛본 것 같았다. 종류와 맛도 다양한 김, 깻잎, 매실, 홍화, 고추, 머위 장아찌와 깊은 맛이 일품인 김치, 싱싱한 각종 쌈 야채부터 달콤한 피망, 파프리카, 표고 버섯전, 영양 듬뿍 버섯탕, 고소한 바비큐, 따끈 따끈한 야채 전, 각종 산채 나물 나물 들... 가짓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정성 가득한 음식이 하루의 피로를 다 씻어주었다. 밤이 깊도록 이어진 정원 풀밭 위의 식사는 환상적이었다. 이어서 김은숙 회원님이 손수 끓여 주는 차를 음미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도체험. 은근한 차와 잘 어울리는 회원님이 찻잔을 채울 때마다 일가회원의 정은 깊어만 갔다. 은근한 쑥향이 우러난 쑥차를 마시고 이어서 단맛, 쓴맛, 신맛, 떫은 맛, 짠맛을 느끼면 신선이 된다는 녹차를 마시며 이야기가 이어졌다. 올해 88세 희수를 맞았다는 진재량 수상자의 꼿꼿함과 나무에 대한 열정을 들으며 역시 훌륭한 일가상 수상자의 면모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진재량 수상자와 진춘호 회원님은 다음엔 광주 광일농장을 찾아와 줄 것을 기약하며 아쉽게 작별을 했다.
긴~긴 여행이었지만 회원들은 모두 녹차향기에 취해 고단함도 잊고 있었다.
임금님 수라상으로 맞은 은향다원의 아침
다음 날, “꼬끼오~ 꼬끼오~” 새벽 닭 우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일가회원들은 얼마나 부지런한지 모두 5시에 기상하는 열정을 보여주었다. 임금님 수라상에나 오른다는 잉어 어죽으로 성대한 아침을 차려주었다. 가든파티에 숙소, 그리고 아침 어죽까지... 융숭한 환대에 오직 감사할 뿐이었다. 안타깝게도 비가 내려 찻잎을 따는 행사를 생략하고, 차 덖는 작업만 했다. 300도가 넘는 솥에서 손으로 차를 말리는 일은 30여명 회원들이 번갈아 해도 어려웠다. 금세 등 뒤로 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경사지게 특수 제작한 차 솥은 뜨거운 열기가 더해져 갔다. 한 잔의 녹차를 마시기까지 얼마나 많은 손길을 거쳐야 하는지... 모든 과정을 일일이 손으로 해야 하는 정두채 김은숙 회원님의 노고에 새삼 고개가 숙여졌다. 앞으로 마시는 녹차는 특별할 것이다. 두 분의 정성과 그 손길을 음미할 것이기에...
회원들이 덖은 첫차는 더욱 향기로웠다. 은향다원(誾香茶園)에서 온화하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향기를 나누며 비 내리는 다원의 경치를 감상했다. 이어서 고산 윤선도 고택 ‘녹우당’과 두륜산 대흥사를 둘러봤다. 해남은 아기자기한 산과 들이 누구나 그리는 고향의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딜 둘러봐도 신록의 아름다운 경관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비 내리는 녹우당의 고즈넉함과 대흥사를 향해 가는 숲길은 피톤치드가 마구 쏟아져 나오는 훌륭한 삼림욕장이었다.
녹우당 뒤, 비자나무 숲길을 다 걷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강진으로 향했다. 다산 정약용이 18년간이나 유배생활을 했다는 다산초당은 이렇게 비 내리는 날 가야 그 적막감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 속에서 고통의 세월에 이뤄낸 수많은 저서들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역시 고통 속에서 위대한 탄생이 있다는 진리가 가슴을 쳤다.
마음을 적시는 빗속 답사... 녹우당, 대흥사, 다산초당
일정을 마치고 귀가 길에 올랐다. 김영랑 생가는 다산초당에 압도되어 생략하고 다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시 낭송으로 아쉬움을 달래며 서울을 향해 출발했다. 김정삼 윤규진 운영위원님 부부와 은향다원의 정두채 김은숙 회원님 부부와도 못내 아쉬운 작별을 했다. 비가 와서 일까 헤어짐이 더욱 애틋했다.
1박 2일 동안 정말 좋은 회원들과 행복한 탐방을 마쳤다. 황금연휴로 돌아오는 길 역시 만만치 않았지만 1박2일 동고동락한 사람들만 가질 수 있는 친밀감과 동지애가 느껴지는 여행이었다. 정두채 김은숙 회원의 정성과 땀으로 일군 은향다원을 보며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다짐했다. 함께 했던 회원들께 배우고, 우리 역사 속 인물들에게서 배우고, 자연에서 배운 일가회원탐방이었다. 오늘 아침도 선물로 주신 은향다원의 녹차를 마시며, 문득 인생의 깊이를 조금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은 사람을 성숙하게 한다. 특히 좋은 분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함께 해주신 일가회원님들, 차량을 지원해준 평택대와 정두채 김은숙 대표께 머리 숙여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감사합니다!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