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상임이사(서울대 교수, EWB공동대표)의 아프간 현지에서 보낸 기고문이 11월18일 동아일보에 게재되었다. 그 전문을 여기 싣는다. 또한 김기석교수는 11월27일(토) 제201회 일가조찬모임 강연을 통해 아프리카, 아프칸 등 지구촌 곳곳의 교육지원을 통한 빈곤퇴치와 평화노력에 대한 생생한 현장이야기를 직접 들려 줄 예정이다- 사무처
차리카르 시 북방 4km, 한국 지방재건사업팀(PRT) 기지 건설현장에서 글을 보낸다. 이곳은 아프간 동부 파르완 주 수도이다. 업무와 숙박시설을 마치고 순환도로 아스팔트 공사와 보도 공사가 한창이다. 함께 일할 동맹군 시설 또한 완공됐다.어깨너머로 배운 기술로 현지인이 포클레인과 아스팔트 포장차를 능숙하게 사용한다. 중추신경에 해당하는 통신시설은 최고 수준이라고 알려졌다. 철벽 안전을 위한 주변 감시와 경호, 업무 추진에 필요한 통신을 위해 광케이블을 설치하는 중이다. 영상으로 현지와 서울이 실시간으로 연결될 수 있다. 현지 주민을 직접 돕는 병원과 교육문화원, 체육관도 기초공사를 마치고 조만간 그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아프간에 필요한 것은 미사일이 아니라 학교이며 빈곤퇴치사업이다.
아프간 국민의 마음을 사지 못하면 어떤 원조도 효과가 없다. 있다 한들 오래 못 간다. 웃으며 함께 일하던 인부가 어느 날 갑자기 탈레반 반군이 되어 로켓포 공격을 할 수 있다. 잠재된 위험이나 이는 냉혹한 현실이다. 사상자가 나면 정부는 당장 철수를 명할 것이다.따라서 사상 위험이 있는 군사 개입이나 무력 과시는 안 된다. 적대감을 봄날 눈처럼 녹일 수 있는 교육협력사업이 대안이다. 마음의 소통과 그것으로 쌓이는 신뢰로 협력사업을 해야 한다.
현지 지도자는 “당신들은 당신 자신과 이익을 위해 여기에 왔다”고 의심한다. 종전 방식을 넘어선 교육협력이 필요하다. 일방적 시혜가 아니라 현지인이 주인이 되고 우리가 협력자가 되어 함께 일하는 방법이다.
첨단시설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인부가 탈레반으로 넘어가는 대신 건설기술자가 되어 가구의 생계를 꾸리고 또 지역의 발전을 이끌도록 하는 일이 필요하다. 교육원에서의 협력으로 평화와 번영의 씨앗을 심을 수 있다. 20년 이상을 외침과 전쟁으로 상처받은 영혼과 육신에게 빠른 변화를 기대할 순 없다.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첫걸음은 이들의 문화전통에 대한 존경이다.평화 건설에 주력해야 하는 이유는 지역 역사를 살피면 곧 알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젊은 왕(알렉산더)의 아시아 침략 당시 더는 갈 수 없어 멈춘 곳이 여기다. 현 바그람 미국 공군기지 인근에 식민지를 세우고 말았다. 몽골 침략군은 이 지역에서 크게 패했다. 영국 침략군도 이 지역에서 처절하게 패했다. 러시아와의 10년 전쟁 중에도 굴복한 적이 없다.
파르완 주는 아프간 내 가장 안전한 지역이다. 농업 생산이 풍부하기도 하다. 포도원, 과수원 외 담배와 허브 생산도 풍성하다. 양 말 소를 기르는 축산 또한 활발하다. 이 지역 전문가는 하나같이 농업개발이 지역 빈곤퇴치 첩경이라고 증언한다. 과거 새마을운동에서의 소득 증대가 필요하다. 농업개발과 함께 교육재건이 긴요하다. 아동이 다닐 학교가 태부족이다. 주민 대다수는 문맹이다. 여성 실정은 더 처참하다. 절대빈곤의 질곡에서 벗어난 경험을 교육원에서 지역 주민에게 나누어 줄 수만 있다면 번영의 길로 나갈 수 있다.이 지역의 역사, 전통, 종교를 존중하고 교육지도자가 추진하는 교육발전 전략과 유기적으로 연계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주민이 주인으로 한국 협력자와 호흡을 맞추어 협력사업을 추진하면 가까운 시일 내에 무지해소, 질병예방, 빈곤퇴치를 이룰 수 있다. 수억 원대 군사 장비만으로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오는 로켓포 공격을 막을 순 없다. 반군에게 평화의 마음과 번영의 의지를 심어줄 때 포는 침묵한다. ―차리카르(아프가니스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