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가상 조현주 수상자 일터를 찾아 우리 일행 15명이 몽골로 향하던 7월 13일은 공교롭게도(?) 내가 태어난 지 60년이 되는 생일날이었다. 저녁 7시 40분 출발예정이던 비행기가 한 시간이나 늦어지는 바람에, 함께 나눠 먹으려고 전남 화순에 특별 주문하여 준비한 기장떡이 다행히도 배고픈 우리일행들을 달래주는 좋은 간식이 되었다. 한국보다 한 시간 늦게 가는 현지 시각으로 밤 12시가 지나서야 숙소에 도착하여 몇 시간 자지 않았는데도 일찍 눈을 떠서 남편과 함께 기분 좋은 아침산책에 나섰다. 이른 아침공기가 제법 쌀쌀하게 느껴졌다. 호텔 안에 있는 한국식당에서 시원한 북어국으로 아침식사를 한 후, 버스를 타고 수상자의 일터인 자르갈란트(행복의 땅) 마을로 향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진 초원의 부드러운 능선들, 푸른 초원 위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양떼들, 파란 하늘에는 뭉실뭉실 양떼구름...
부드럽고 예쁜 붉은색 지붕의 교육센터에 도착하여 몽골 사역으로 검게 탄 수상자님 부부의 조용하면서도 진심어린 환대를 받으며 삶의 현장을 둘러보고 각각 남녀 숙소로 나뉘어 짐을 풀었다. 야채가 귀하고 늘 느끼한 양고기를 먹어야한다는 몽골여행 경험자들의 조언으로 초식동물인 나는 약간 긴장했는데 선교사님이 정성껏 가꾼 갖가지 쌈채을 보면서 곧 행복감에 젖어들었다. 게다가 비닐하우스에 집단무단출입, 서로가 눈치를 보며 망설이다 용감한 초범자를 뒤따라 저질러진 단체오이서리의 스릴로 두근거리던 양심은, 입안에서 살살 녹는 싱그러운 오이 맛에 어느 샌지 마비되어버렸다.
점심 후 선교사님의 지구촌 나눔 운동 몽골사업(Gloval CMC Sharing Mongolia) 소개가 있었다. 영하 52도까지 내려가는 혹한과 폭설로 인해 가축 600만 마리, 야생 4,000만 마리의 떼죽음을 가져왔던 차강쪼드(하얀 재앙), 더위와 가뭄으로 인한 하르쪼드(검은 재앙)들은 주민들을 헤어날 수 없는 가난으로 몰아가지만 선교사역을 통한 많은 땀과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18개월 상환을 조건으로 소액융자를 제공하는 가축은행을 통한 가계소득 증대, 주민문화센터의 주민교육, 보건, 위생, 식수개발, 신용협동조합, 문화교류 등의 환경개선, 지역주민역량 강화를 통해 지역사회개발을 꾀하는 지도자 양성, 소득향상을 위한 시범마을 운영이 그 일환이다. 헌신된 강사와 적절한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이 현실의 과제라고 하는 선교사님의 고충이 마음에 와 닿는다. 이어서 선교사님과 함께 마을 주민을 방문하였다. 이동가옥인 좁은 ‘게르’ 안에 안내되어 귀한 손님에게 대접한다는 토속음식들, 말의 젖을 발효하여 만든 아이락(마유주,馬乳酒), 새큼한 초이바 들을 맛보았다. 땅을 파서 만든 작은 토굴 속에서 쉬고 있는 개들, 빨랫줄 같은 곳에 줄을 매달아 놓은 경주말들, 넓은 초원 속에 비좁은 염소 우리 등, 조금은 생소한 그들의 문화를 엿보며 널려진 자연공간이 동물과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공동화장실이라는 그들의 삶의 일부를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었다.
여행의 마지막 밤은 꿈같은 휴양지 테렐지(Terelj)의 게르 캠프에서 보냈다. 십여 개의 게르들이 줄지어 서있는 앞으로는 아름다운 초원과 기암괴석들이 펼쳐있고 뒤로는 아담한 능선의 언덕에 가지각색의 들꽃들과 에델바이스가 지천으로 피어있는 풍경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어디선가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와 트랩대령의 일곱 딸들이 신나는 ‘도레미송’을 부르며 언덕을 뛰어 오를 것만 같은 착각에 나도 몰래 사방을 둘러보았다. 장작불을 피워 빨갛게 달궈진 '초토'라는 돌을 잘 다듬어진 양고기와 함께 차곡차곡 쌓듯이 통에 집어넣어서 소금을 뿌리고 초원에서 나는 야생 파, 감자와 당근을 비롯한 몇 가지 야채도 함께 넣어 뚜껑을 덮고 통을 이리 저리 굴려서 익혀먹는 ‘허르헉’은 수십 년 전, 홍콩의 호텔에서 처음 먹다가 냄새가 싫어 다시는 시도조차하지 않던 양고기와는 차원이 다른 작품이었다. 떠나오던 날 아침, 두 시간동안 넓은 초원 속에서 말을 타고 거닐던(몽골말은 때려야 달린다나?) 시간도 과천 실내경마장에서 말을 애무하고 달래가며 달리던 때와는 사뭇 색다른 경험이었다.
하나님께서 만드시고 기뻐하신 세상의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기 위해 자신의 안위를 내어놓는 사람들과 그들의 헌신을 축복한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지구촌의 회복을 위해 나의 삶의 자리를 돌아보며 작은 나눔을 다짐해보는 귀한 여행에 함께할 수 있었음을 감사한다.